2019. 9. 12. 01:00ㆍ칼럼필사
부산일보사
[밀물썰물] 안민고개 만날제 / 임성원 논설위원

길이 나 있어서 넘어 다닐 수 있는 높은 산의 고개를 재라 부른다. ‘재 너머 성권농 집에 술 익단 말 어제 듣고/누운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 타고/아해야 네 권농 계시냐 정좌수 왔다 하여라.’ 송강 정철(1536~1593)의 시조에 나오는 재는 마을과 마을의 경계를 이룬다. 약천 남구만(1629~1711)의 시조에 나오는 재는 경계라기보다는 마을의 확장에 가깝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재 너머 사래 기 ㄴ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옛 시나 문헌에 나오는 재는 마을과 마을의 경계이자 마을과 마을을 잇는 만남의 장이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는 굳이 재를 넘는 수고를 할 필요 없이 터널을 통해 차를 타고 이쪽저쪽을 시원하게 왕래하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고개를 넘던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재에는 아직도 많은 사연이 전해 온다. 경남 창원에만 하더라도 추석 무렵에 열리는 재와 관련한 민속축제가 3개나 있다. 마산합포구 월영동 만날고개에서 열리는 마산만날제, 의창구 남산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남산상봉제, 성산구 안민고개에서 열리는 안민고개 만날제가 그것이다.
마산만날제는 고려 말 감천골로 시집간 후 친정을 그리워하던 딸과 딸의 소식을 궁금해하던 마산포의 친정어머니가 행여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해서 고개를 올랐다가 극적으로 상봉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남산상봉제는 남산 주변에 모여 살던 주민들이 한 해의 농사를 끝낸 뒤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행사에서 비롯됐다. 안민고개 만날제는 진해 이 생원의 외동딸이 창원 김 참봉의 집으로 시집온 뒤 친정을 그리워하자 시아버지가 추석 이틀 뒤 안민고개에서 만나게 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했다.
안민고개 만날제가 둘로 쪼개질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진해안민고개만날제 추진위원회와 안민고개만날제 성산구추진위언회가 번갈아 가며 격년제로 주최하기로 한 합의가 파기되면서다 진해취진위는 오는 21일, 성산추진위는 29일 만날제 행사를 각각 치르기로 했다는 것이다. 마을과 마을이 한데 만나는 만날제의 취지가 무색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창원 성산구와 지해구는 마을 간 화해와 상생을 도모할 목적으로 열리던 만날제의 취지를 고려해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공동 개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인상 깊은 구절
- 마산만날제는 고려 말 감천골로 시집간 후 친정을 그리워하던 딸과 딸의 소식을 궁금해하던 마산포의 친정어머니가 행여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해서 고개에 올랐다가 극적으로 상봉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 옛 유래들을 들으면 재미난 내용들이 많고, 그에 맞는 이름들이 적절하게 붙여진 것이 신기하다. 옛날이었기에 소식을 듣기 위해 고개를 올랐다가 딸을 만날 수 있었지 요즘같은시대에는 영상통화까지 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가 신기할 따름이다.
*요약
길이 나 있어서 넘어 다닐 수 있는 높은 산의 고개를 재라 부른다. 고개를 넘던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재에는 아직도 많은 사연이 전해 온다. 경남 창원에만 하더라도 추서 무렵에 열리는 재와 관련한 민속축제가 3개나 있다. 마산만날제, 남산상봉제, 안민고개 만날제가 그것이다.
안민고개 만날제가 둘로 쪼개질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진해안민고개만날제 추진위원회와 안민고개만날제 성산구추진위원회가 번갈아 가며 격년제로 주최하기로 한 합의가 파기되면서다. 마을과 마을이 한데 만나는 만날제의 취지가 무색한 결정이 나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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