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6. 01:00ㆍ칼럼필사
부산일보사
[밀물썰물] 황금 변기 / 임성원 논설위원

황금과 변기는 상반된 이미지를 갖는다. 황금이 부와 변치 않는 가치를 상징한다면 변기는 더럽고 하찮은 것의 대명사쯤에 해당한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황금을 가까이하고 변기가 놓인 화장실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좋다고 여기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황금과 변기가 만난 ‘황금 변기’는 분명 낯선 조합이다. 황금과 변기의 만남은 서로의 이미지를 공평하게 상쇄하기보다는 황금을 돋을새김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부를 과시하는 데 황금 변기만 한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상 최고 거부로 치는 진나라 사람 석숭은 화장실을 황금과 보석으로 꾸미는 사치를 즐겼다고 한다. 2001년 홍콩의 한 보석상도 61억 원짜리 초호화 화장실을 만들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미국의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는 2014년 자택에 6억 2800만원이나 들여 황금 변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하기야 혁명가 레닌도 황금 변기를 약속한 바 있다. “온 세상에 공산주의가 도래하는 그날, 공중화장실에 황금 변기를 설치하겠다.”차별 없는 세상이 오면 황금도 부럽지 않다는 뜻이 황금 변기에 담겨 있다.
황금 변기는 미술관에도 등장했다. 2016년 9월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18k 황금으로 만든 변기가 전시됐다. 미술관 내 남녀공용 화장실에 설치된 이 체험형 예술작품의 이름은 ‘아메리카’, 미국에서 일어나는 경제 불균형, 부의 세습,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풍자한 것이다. 작가는 “99%를 위한 1%예술이다. 200달러짜리 점심이든 2달러짜리 핫도그든 당신이 무엇을 먹든지 간에 결과는 똑같다. 변기로 간다”고 말했다. 한 사람당 5분씩 사용 시간을 제한했지만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환금 변기를 사용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의 생가인 블레넘 궁전으로 건너가 전시 중이던 황금 변기 ‘아메리카’가 도난 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절도범들은 범행 당일 오전 4시 50분께 현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66세 용의자는 체포했지만 70억 원을 호가하는 황금 변기는 행방이 묘연하다고 한다. 상위 1%만이 누리는 황금 변기의 대중화를 시도한 대담하고 발칙한 작품 ‘아메리카’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 역시 돈 많은 부잣집일까, 우리 시대 미술의 역할을 진지하게 묻는 미술관일까.
*인상 깊은 구절
- 한 사람당 5분씩 사용 시간을 제한했지만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황금 변기를 사용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 무려 18K금으로 만든 황금변기를 어떻게 5분만 보고 나올 수가 있겠는가? 나도 한번 실제로 구경한번 해보고 싶다. 입이 좀체 다물어지지 않을 것 같다. 변기를 어떻게 황금으로 만들생각을 했을까? 미국에서 일어나는 경제 불균형, 부의 세습 등 사회현상들을 풍자한 것이지만 발상 자체가 대단하다. 아무리 비싼 음식을 먹어도 변기로 가는 것은 똑같다는 작가의 말에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미술가가 언제쯤 나올까?
*요약
황금과 변기는 상반된 이미지를 갖는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부를 과시하는 데 황금 변기만 한 것도 없다.
황금변기는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18k황금으로 만든 변기가 전시됐다. 이 체험형 예술작품의 이름은 ‘아메리카’. 미국에서 일어나는 경제 불균형, 부의 세습,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풍자한 것이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의 생가인 블레넘 궁전으로 건너가 전시 중이던 황금 변기 ‘아메리카’가 도난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66세 용의자는 체포했지만 70억원을 호가하는 황금 변기는 행방이 묘연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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