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필사21_살인의 추억 '시즌2'

2019. 9. 23. 01:00칼럼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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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적] 살인의 추억 시즌2’ / 이기수 논설위원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oid=032&aid=0002963762&sid1=110&opinionType=todayColumns

 

사진=아시아 경제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은 포스터 2가지를 내놓았다. 형사로 분한 송강호·김상경의 얼굴 뒤로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묻는 컬러판과 ‘1986년 시골마을, 두 형사에겐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고 적은 흑백판이다. 10차례의 화성 연쇄살인을 그린 두 포스터의 글귀는 33년 만에 답을 찾았다. 컬러판의 당신은 처제 성폭행·살인범으로 25년째 부산교도소에 있는 56세 남자 무기수로 지목됐다. 흑백판의 잔뜩 화난 두 형사가 쥔 유력한 단서는 5·7·9차 사건 용의자의 DNA였다. 연인원 205만명이 범행 현장을 뒤지고 4116명의 지문을 대조했어도 허탕만 친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과학수사의 열매였다.

 

사건이 일어난 화성의 논밭·야산에서는 정액 묻은 피해자 속옷들과 머리카락 6가닥, 담배꽁초, 우유팩 등이 수거됐다. 가로등 몇 개 켜진 시골마을엔 폐쇠회로(CC)TV도 없어, 경찰은 20대 중반 스포츠 머리 몽타주를 들고 매복하며 범인을 쫓았다. ‘비오는 수요일 빨간 옷 조심이라는 괴소문이 돌고, 유전자 수사는 낯설어 일본에 부탁할 때였다. 휴대폰과 CCTV로 범인의 위치·단서를 실시간 추적하는 지금과는 천양지차다. 유전자 수사는 이제 가·피해자의 생활습관·질병까지 찾아내고, 어느 바다에서 사는 장어인지 가리고, ‘디지털 증거도 쏟아내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집 문설주의 곰팡이, 컴퓨터 마우스에서 채집된 박테리아, 신발 밑창에 묻은 꽃가루로 범죄 단서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들이 공유되고 있다. 화성 사건 용의자 지목도 발전한 과학수사, 2006년 공소시효가 끝난 뒤에도 유전자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수사팀이 부단히 국과수를 찾은 집념의 합작품인 셈이다.

 

CCTV가 거리에 깔린 후 은행강도가 없어졌다. 도망가고 숨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과학수사가 악행을 막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응징의 시작이다.” 봉 감독이 16년 전 살인 영화 제목에 추억을 넣으며 한 말이다. 집념처럼 기억하고 과거엔 몰랐던 과학수사로 응징할 미제사건은 아직 널려 있다. 살인의 추억도 지목된 용의자가 범행을 부인하며 시즌2’가 시작됐다. 더 많은 과학적 단서가 그를 옥죄고 무너뜨릴 것이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인상 깊은 구절

- CCTV가 거리에 깔린 후 은행강도가 없어졌다.

CCTV로 범인을 검거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과학적인 수사들의 발전으로 범인을 검거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사기법의 발전도 있지만 무엇보다 끈기와 집념으로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을 지금까지 파헤치고 있었던 형사분들이 참 대단하다. 너무나도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범인이기 때문에 형사라는 책임감 하나로 사건에 대한 책임감이 지금의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약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25년째 부산교도소에 있는 56세 남자 무기수가 지목됐다. 시골마을엔 CCTV도 없어, 경찰은 20대 중반 스포츠 머리 몽타주를 들고 매복하며 범인을 쫓았다. 휴대폰과 CCTV로 범인의 위치·단서를 실시간 추적하는 지금과는 천양지차다. 화성 사건 용의자 지목도 발전한 과학수사, 2006년 공소시효가 끝난 뒤에도 유전자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수사팀이 부단히 국과수를 찾은 집념의 합작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