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8. 01:00ㆍ칼럼필사
부산일보사
[밀물썰물] DNA 기술, 허와 실 / 김건수 논설위원

“엄마와 정말 붕어빵이군.” “아빠 얼굴 판박이야.” 인간은 개체의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해 후손을 낳는다. 유전 정보가 고스란히 후대로 넘어오니 저런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세포핵 속 DNA가 전달 통로다. 지문이나 홍채처럼 DNA는 사람마다 그 구조가 다 다르다. 1984년 영국의 유전학자 앨릭 제프리스가 DNA에 사람마다 구별되는 특정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이후로 DNA 분석 기법은 범행 증거의 결정적 단서를 찾는 과학수사의 혁명이 된다.
우리나라 범죄 수사의 DNA 활용 역사는 일천하다. 1990년대까지도 혈액형으로 범죄자를 구별하는 식의 초보적 수준이었다. DNA 분석을 활용한 국내 첫 사례는 1992년 대전의 한 다방에서 발생한 여종업원 살인 사건이다. 용의자 7명의 DNA불일치로 검거는 실패로 돌아갔다.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33년 만에 특정한 것은 2010년부터 구축되기 시작한 DNA 데이터베이스에 힘입은 바 컸다.
DNA 분석의 힘은 범인 검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억울하게 처벌받은 사람을 구제하는 데도 쓰인다. 수감자가 DNA검사로 진범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 19년 만에 풀려난 미국 ‘제니퍼 사건’이 대표적이다. 올 5월 한반도 비무장지대 화살머리 고지 일대에서 발견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한 것도 DNA 분석이다. DNA 구조를 알면 인간의 신체 구조를 비롯해 얼굴 형태, 삶의 방식까지 파악할 수 있다. DNA 기술 발달은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것은 물론 질병을 예측하는 분야까지 폭넓게 활용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해 영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DNA분석을 통한 질병 진단 및 치료 서비스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DNA 기술이 장밋빛 미래만 예고하는 건 아니다. 다수 국민의 생체 기록이 담긴 개인 정보를 국가에서 관리한다는 발상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 새로운 ‘빅브라더’에 대한 우려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강압적인 DNA 채취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DNA 오염이나 시료 조작으로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릴 위험성도 있고, 검사 과정에서 오류가 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미국에선 2003년부터 5년간 3100건 중 26건의 감식 오류가 있었다. 자칫 맹신과 오판, 감시 기능이 개입하게 된다면 DNA기술은 또 다른 재앙이 될 뿐이다. 다양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꼼꼼하게 보안해야 할 게 적지 않다.
*단어
1. 일천하다: 시작한 뒤로, 날짜가 얼마 되지 아니하다.
*인상 깊은 구절
- DNA 기술 발달은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것은 물론 질병을 예측하는 분야까지 폭넓게 활용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 기술의 발전은 정말 놀랍다. DNA로 삶의 방식은 물론 질병까지 예측할 수 있다니.. 이러한 것이 예측가능하다면 우리 모두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언제나 긍정적인면이 있다면 부정적인 측면이 있기 마련이다. DNA는 아주 중요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이 정보가 유출된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가 노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보안과 감식에 대한 오류의 범위를 좁혀 나가기 위한 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요약
우리나라 범죄 수사의 DNA활용 역사는 일천하다. 1990년대까지도 혈액형으로 범죄자를 구별하는 식의 초보적 수준이었다.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33년 만에 특정한 것은 2010년부터 구축되기 시작한 DNA 데이터베이스에 힘입은 바 컸다. 범인검거뿐만 아니라 DNA 구조로 인간의 신체 구조, 삶의 방식까지 파악할 수 있다.
반면, 다수 국민의 생체 기록이 담긴 개인 정보를 국가에서 관리한다는 발상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 자칫 맹신과 오판, 감시 기능이 개입하게 된다면 DNA기술은 또 다른 재앙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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