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필사124_'마스크 화폐'

2020. 5. 30. 00:52칼럼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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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사

[밀물썰물] ‘마스크 화폐’ / 곽명섭 논설위원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oid=082&aid=0000988972&sid1=110&opinionType=todayColumns

 

 

코로나19사태 이후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을 부여받은 생활용품은 단연 마스크이다.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는 온 국민의 아우성에 정부는 수차례나 말을 요리조리 바꾼 끝에 결국 전국의 약국을 통해 배분·공급하는 배급제까지 동원했다. 현행 공적 마스크 5부제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국민이 정해진 날짜에 약국에 가서 마스크를 받는 배급제 시스템이다.

 

마스크 구하기가 이로 인해 다소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국민의 숱한 발품을 요구하는 것은 같다. 이렇다 보니 마스크가 다른 물건의 가치 준거 역할까지 하는 희한한 현상마저 보인다. 모두가 기를 쓰고 갖기를 원하는 귀하신 몸이 되면서 다른 물건과의 교환 매개 수단이 된 것이다. 바로 화폐의 초기 조건이 자연스레 형성된 셈이다. 이른바 마스크 화폐의 등장이라고 할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음식물이나 의류, 문구류 등 현금으로 구매 가능한 모든 물품을 마스크와 물물교환할 수 있다는 게시물이 수백 건이나 올랐다. 심지어 한 편의점에서는 물건값 대신 뜯지 않은 마스크를 계산대에 올려놓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만든 웃지 못할 진풍경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동도, 만남도 제한 또는 통제되는 새로운 원시적 상황에서 최고의 개인 생활용품으로 떠오른 마스크의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 될수록 이런 모습은 더욱 흔히 나타날 것이다.

 

문화인류학적으로 볼 때 당시 사회적 여건에서 사람들이 귀하게 취급했던 물건이 자연스럽게 화폐의 역할을 행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조개나 깃털 등 장식품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시대에 쌀이나 옷감 등이 교환의 매개 수단이 되기도 했다. 물론 일반적인 물품의 등가물로서 화폐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른 요건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교환의 매개 수단인 화폐로서의 첫 조건은 대부분 사람이 원하고,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 조건이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순식간에 전국을 휩쓴 역병 사태로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마스크가 절박하고 다급했으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착잡하다. 21세기 첨단 시대를 맞아 온갖 디지털 화폐가 등장하고 있는 마당에 역으로 기본적인 생활용품이 초보적인 물품화폐로 변신한 듯한 상황을 대하면서 과연 우리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인상 깊은 구절

- 바로 화폐의 초기 조건이 자연스레 형성된 셈이다.

다른 물건과의 교환 매개 수단이 되어 버린 마스크. 그 정도로 마스크가 현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물건임을 알 수 있다. 화폐의 개념이 이렇게 형성된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요약

코로나19사태 이후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을 부여받은 생활용품은 단연 마스크이다. 마스크가 다른 물건의 가치 준거 역할까지 하는 현상마저 보이는데, 다른 물건과의 교환 매개 수단이 된 것이다. 바로 화폐의 초기 조건이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다. 이른바 마스크 화폐의 등장이고 할까.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동도, 만남도 제한 또는 통제되는 새로운 원시적 상황에서 최고의 개인 생활용품을 떠오른 마스크의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 될수록 이런 모습은 더욱 흔히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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