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29. 00:51ㆍ칼럼필사
서울신문
[씨줄날줄] 월급 루팡 / 장세훈 논설위원

아르센 루팡은 셜록 홈스와 함께 추리소설 캐릭터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쫓는 자’의 대명사인 홈스 앞에는 ‘명탐정’, ‘쫓기는 자’를 대표하는 루팡 앞에는 ‘괴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887년 영국의 아서 코난 도일과 1905년 프랑스의 모리스 르블랑이 각각 창조해낸 홈스와 루팡이라는 캐럭터는 소설을 넘어 영화와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다뤄지면서 실존 인물이라는 착각마저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세계적인 유명세를 뒷받침하듯 그 이름은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된다. ‘월급 루팡’도 그중 하나다. 직장에서 성과 없이 월급만 꼬박꼬박 챙겨 가는 직원을 비유한다. 월급쟁이 입장에선 최악의 평가가 아닐 수 없다. 국회가 파행할 때마다 여야 국회의원들을 향해 “세비를 토해내라”는 국민의 질책이 쏟아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평생직장’ 개념이 갈수록 희미해지면서 업무성과를 월급으로 보상받고 싶은 심리는 강해지지만, 정작 대다수 회사의 급여체계는 이를 뒷밤침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깔려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그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더 늦추는 것이 필요한지 묻는 글을 올린 뒤 “학교에는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해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는데 후자에 대해선 개학기 추가로 연기된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 논란을 일으켰다. 학교가 쉴 땐 일하지 않아 임금도 받지 못하는 ‘방학 중 비근무 비정규직’에 대한 염려로 이들에 대한 생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초·중·고 개학기 연기되면서 급식조리원 등 비정규직들은 휴업수당 지급을 교육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전국에 10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일 안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라는 표현이 또다른 사달을 만들어 냈다. 정규직 교직원을 마치 ‘월급 루팡’으로 간주한 것처럼 비쳐졌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은 자신의 발언을 즉각 사과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해명을 요구하는 시민청원이 올라온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는 어제 한때 접속 장애도 발생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비판 서명을 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서울시교육청을 항의 방문 했다.
코로나19확산과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려운 이들을 보듬으려는 정책적 노력은 중요하다. 다만 정책효과를 강조·부각하려고 편가르기를 해선 안 된다. 월급 루팡이 된 직원을 비판하기 전에 리더십을 발휘해 직원을 월급 루팡으로 만드는 원인이 없는지부터 점검해 해소하는 게 더 효과적인 접근법인 것처럼 말이다.
*인상 깊은 구절
- 월급 루팡이 된 직원을 비판하기 전에 리더십을 발휘해 직원을 월급 루팡으로 만드는 원인이 없는지부터 점검해 해소하는 게 더 효과적인 접근법인 것처럼 말이다.
☞ 단체를 이끌어 나갈 때 소속된 사람들에 대해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원인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그 직원을 나무라할 것이 아니라 구조상 어떤 원인 때문에 이러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리더가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현황을 잘 파악하고, 지혜롭게 계획을 세워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은 리더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요약
‘월급 루팡’은 직장에서 성과 없이 월급만 꼬박꼬박 챙겨가는 직원을 비유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교에는 ‘일 안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으로 나뉜다고 얘기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문제는 ‘일 안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라는 표현이 정규직원을 마치 ‘월급 루팡’으로 간주한 것처럼 비쳐졌다. 월급 루팡이 된 직원을 비판하기 전에 리더십을 발휘해 직원을 월급 루팡으로 만드는 원인이 없는지부터 점검해 해소하는 게 더 효과적인 접근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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