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6. 20:26ㆍ칼럼필사
경향신문
[여적] 들쭉날쭉 명절 통행료 / 이기수 논설위원

대한민국 남녘땅의 길이 11만km가 넘었다. 고속도로부터 국도·다리·시골길·해저터널까지 길은 핏줄처럼 이어진다. 명절마다 그 길에선 웃음소리와 실랑이가 교차한다. 곧잘 마주치는 ‘통행료’ 시비다. 올 추석 연휴에도 민자도로가 있는 10개 시·도의 선택은 서로 달랐다. 돈을 받는 길과 받지 않는 길이 섞이며 적잖은 혼선과 희비가 갈릴 판이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처음 면제된 것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2015년 8월14일. 경인고속도로 개통 후 51년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후 2017년 9월 유료도로법을 개정한 뒤로는 명절마다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 올 추석에도 12일 0시부터 14일 자정까지 잠시라도 고속도를 달린 차는 통행료가 없다. 통행료는 승용차 기준으로 800~900원부터 많게는 1만원, 대형차는 3만~4만원까지 내는 곳도 있다. 시민들에겐 연료·시간 낭비가 큰 ‘저속도로’에서 자주 맞닥뜨리는 불쾌감도 커 통행료 면제는 명절의 ‘소확행’으로 자리잡았다.
민자도로의 선택은 엇갈린다. 올 추석에 경기·인천·강원·경남의 10개 민자도로는 통행료를 받지 않고,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의 15곳은 통행료를 징수한다. 광주시가 10일 무료로 운행한 제2순환도로를 추석부터 유료로 회귀하면서 ‘유료 지자체’가 더 많아졌다. 유료 민자도로가 8개나 뚫린 부산은 경남도와 공동 운영하는 거가대로(승용차 통행료 1만원)와 시가 관리하는 광안대로만 무료로 길을 연다. 경기도는 일산대교, 서수원~의왕, 제3경인고속화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하면서 “이용자들의 혼란”을 이유로 들었다. 모두 고속도로와 이어지고 물동량이 많은 길이다. 다른 민자도로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많은 시·도에선 귀향객에게 줄 ‘명절 선물’을 부득불 포기했다. 갈림길은 돈이다. 광주시는 보조금이 연간 12억원에 달해 재정 지원이 어렵고, 이용자가 선택·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세웠다. 귀성·귀경길에 맞닥뜨릴 통행료 희비에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고, 내 고향 시·도의 곳간도 보이게 된 셈이다. 그 밑에는 물 흐르듯 타고 가는 길도 돈을 내야 하는 ‘도로의 공공성’문제가 깔려 있다. 민자사업이 해마다 급증하면서 커져갈 얘기다.
*인상 깊은 구절
- 시민들에겐 연료·시간 낭비가 큰 ‘저속도로’에서 자주 맞닥뜨리는 불쾌감도 커 통행료 면제는 명절의 ‘소확행’으로 자리잡았다
☞ 통행료가 알게 모르게 주머니사정을 조여오는데 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명절에 통행료 면제라고 하면 ‘땡큐’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정말 이런게 소확행이지 싶다. 한편으론 ‘그동안은 통행료면제를 왜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 속내는 알 수 없다.
민자고속도로는 무조건적인 통행료 면제가 불가피하다. 재정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자도로의 영역이 점점 더 넓어지는 만큼 재정적인 부분의 문제도 계속 대두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요약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후 2017년 9월 유료도로법을 개정한 뒤로는 명절마다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 올 추석에도 12일 0시부터 14일 자정까지 고속도로를 달린 차는 통행료가 없다. 시민들에겐 시간 낭비가 큰 ‘저속도로’에서 맞닥뜨리는 불쾌감도 커 통행료 면제는 ‘소확행’으로 자리잡았다.
민자도로의 선택은 엇갈린다. 올 추석에 경기·인천·강원·경남의 10개 민자도로는 통행료를 받지 않고,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의 15곳은 통행료를 징수한다. 귀성·귀경길에 맞닥뜨릴 통행료 희비에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고, 고향 시·도의 곳간도 보이고 있다. 그 밑에는 물 흐르듯 타고 가는 길도 돈을 내야 하는 ‘도로의 공공성’ 문제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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