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 14:57ㆍ칼럼필사
부산일보사
[밀물썰물] 경자년 백두산 / 김건수 논설위원

‘946년 그해에 개성 하늘에서 커다란 천둥소리(天鼓鳴)가 들렸다.’ 우리 역사서 <고려사>에 실린 기록이다. 일본 나라 지역의 사찰인 고후쿠지(興福寺)에도 심상치 않은 내용이 나온다. ‘(946년 11월 3일) 하얀 재가 눈처럼 떨어졌다.’ 946년은 백두산이 화산 폭발을 일으킨 해로, 2017년 국제 공동연구팀이 방사성 동위원소법 등을 동원해 폭발 시기를 정확하게 분석해 낸 연도다. 폭발 당시 백두산에서 470km나 떨어진 개성까지 거대한 폭음이 들리고 심지어 바다 건너 일본까지 화산재가 떨어졌으니 그 규모는 어마어마했던 것 같다. 1990년대 한 일본 학자는 발해 멸망의 원인으로 백두산 폭발을 꼽기도 했다. 발해 멸망은 그보다 20년 앞선 926년이므로 주장의 근거가 설 자리는 별로 없다. 다만 화산 폭발이 멸망한 발해유민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 결정타가 되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최근 흥행 중인 영화 ‘백두산’이 천 년간 잠들어 있던 화산이 다시 폭발한다는 과감한 상상력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휴화산이라 여겨진 백두산은 실제로 2000년대 들어 전에 없는 활발한 지하 활동이 감지되고 있다 하다. 최대 4개에 달하는 마그마방이 존재하고 그중 하나만 해도 면적이 서울의 배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화산 폭발로 인한 후 폭풍은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인데, 백두산이 언제 다시 폭발할지 예측하는 것조차 현재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백두산은 천지 가운데를 경계로 북한과 중국으로 국경선이 나뉜다. 백두산 봉우리 16개 중 9개가 북한령, 7개가 중국령이다. 2000년대 초·중반 금강산 관광에 이어 북한행 항공편을 이용한 백두산 관광 사업이 추진된 바 있으나 결국 어려 가지 사정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중국을 통해 백두산 천지를 찾는 관광객은 하루 1만여 명에 달한다. 그중 절반이 한국인이었는데 지금은 20%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소식이다.
새해 벽두에 단연 먼저 떠오르는 산은 민족의 영산 백두산이다. 끝없는 협곡과 흰 눈의 조화 위로 펼쳐진 웅장한 위용과 영적인 정기. 하지만 백두산은 그 아래 들끓는 용암을 안고 있는, 그러니까 파괴와 절멸의 가능성을 품은 산이기도 하다. 북·미 관계 교착, 남북 관계 경색이라는 지금의 현실적 상황과 오버랩될 수밖에 없다. 올해는 백두산이 반목과 갈등을 넘어 한반도 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순백의 영토를 중국이 아닌 우리 땅으로 오를 수 있는 그날을 그려 본다.
*인상 깊은 구절
- 휴화산이라 여겨진 백두산은 실제로 2000년대 들어 전에 없는 활발한 지하 활동이 감지되고 있다 한다.
☞ 영화 ‘백두산’에서 잠들어 있던 화산이 다시 폭발한다는 과감한 상상이 언젠가는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화산이라고 하지만 어떠한 조짐이 보이고 있고, 자연적인 일은 정확하게 사람이 측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폭발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도, 폭발 후의 후폭풍도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어마무시한 재해다. 백두산은 한번쯤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웅장한 산의 정기를 우리 땅으로 오를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요약
백두산은 천지 가운데를 경계로 북한과 중국으로 국경선이 나뉜다. 중국을 통해 백두산 천지를 찾는 관광객은 하루 1만여 명에 달한다. 그중 절반이 한국인이었는데 지금은 20%정도로 줄어들었다는 소식이다.
끝없는 협곡과 흰 눈의 조화 위로 펼쳐진 웅장한 위용과 영적인 정기를 품은 백두산이다. 하지만 백두산은 그 아래 들끓는 용암을 안고 있는, 그러니까 파괴와 절멸의 가능성을 품은 산이기도 하다. 올해는 백두산이 반목과 갈등을 넘어 한반도 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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