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18. 01:07ㆍ칼럼필사
매일경제
[필동정담] 상한제發 로또 분양 / 심윤희 논설위원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가져올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이 바로 ‘로또 분양’이다.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이라는 수단을 통해 분양가를 눌러왔는데 분양가상한제라는 강력한 카드가 시행되면 로또아파트가 대거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로또아파트 원조는 2006년 분양한 판교신도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되면서 최고 20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청약 광풍이 몰아쳤다. 행운의 주인공이 된 당시 판교 당첨자들은 주변에 술 한잔 사야 할 정도였다. 판교는 금융위기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프리미엄이 출렁거렸지만 입주 시점 주변 시세만큼 상승했다. 이명박정부 때 등장한 로또아파트는 강남 보금자리주택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공급한 보금자리주택은 분야가가 주변 시세의 50~70%로 책정돼 ‘반값 아파트’로 불렸지만 당첨자만 4억~5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분양가 통제가 주변 집값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두 번의 실험은 신규 주택이 주변과 비슷하게 상승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부는 이번에도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해서라면 로또아파트 문제는 감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매제한기간 최장 10년, 거주의무 최장 5년 등 장치를 만들었지만 로또 분양에 대한 기대감은 두둥실 부풀고 있다. 지난달 서울의 청약통장 가입자는 2만여 명으로 5월 가입자의 3배에 달했다. 전체 가입자가 인구의 절반인 2500만명을 돌파해 청약 과열이 예상된다. 인터넷에서는 벌써부터 주변 시세보다 5억원 이상 낮게 분양될 ‘로또아파트 리스트’가 떠돌고 있다. 확률은 극도로 낮은데 “아파트로 인생역전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국민의 사행심이 커지는 것은 큰 문제다.
장기간 무주택을 유지해 청약가점이 높은 이들이 수혜자가 되니 나쁠 게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대출이 불가능해 자금력이 부족한 서민들이나 젊은층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특히 강남 등 노른자위 분양은 현금 부자들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도 크다. 또한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누려야 할 수익을 당첨자가 차지한다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도 일고 있다. 로또아파트 청약 과열로 시장이 얼마나 교란될지 걱정스럽다.
*단어
1. 사행심: 요행을 바라는 마음
*인상 깊은 구절
-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공급한 보금자리주택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50~70%로 책정돼 ‘반값 아파트’로 불렸지만 당첨자만 4억~5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 이렇게 큰 시세차익을 남길 수만 있다면 누구든지 아파트 쟁취를 위해 달려들 것이다. 단돈 천만원 모으기도 힘든 세상인데 아파트 당첨 하나로 단숨에 몇 억씩 벌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로또나 다름없다. 힘 안들이고 번 돈이니 얼마나 꽁돈 같겠는가. 하지만 진정으로 거주목적으로 아파트당첨이 절실한 사람 말고 엉뚱한 사람이 당첨된다면 이처럼 불공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같은 경우는 조합원들을 가장 우선시하여 혜택을 주고, 나머지부분에 대해서 필요로하는 민간인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요약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가져올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이 바로 ‘로또 분양’이다. 로또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되면서 청약 광풍을 몰아치게 했다. 분양가 통제가 주변 집값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신규 주택이 주변과 비슷하게 상승했다.
정부는 로또아파트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매제한기간 최장 10년, 거주의무 최장 5년 등 장치를 만들었지만 로또 분양에 대한 기대감은 두둥실 부풀고 있다. 청약통장 전체 가입자가 인구의 절반인 2500만명을 돌파해 청약 과열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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