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31. 00:01ㆍ칼럼필사
경향신문
[여적] 중계의 품격 / 차준철 논설위원

루마니아 축구협회가 발끈했다. “한국의 공영방송 MBC가 우리 선수의 부끄러운 순간을 조롱했다”고 질타했다. 루마니아 선수 마린이 도쿄 올림픽 축구 한국전에서 자책골을 넣자 MBC가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화면에 띄운 일을 가리킨 것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싶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개념 없고 몰상식한 자막임이 분명하다.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은 내팽개치고 상대방 입장을 눈곱만큼도 배려하지 않은 처사다. 망신살이 세계로 뻗쳤고 민망함은 오롯이 한국인의 몫이 됐다.
MBC는 불과 이틀 전 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도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을 넣어 빈축을 샀다. 우크라이나 소개하며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올렸고 아이티에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란 자막을 내걸었다. 이탈리아 소개 때 피자 사진을 낸 것은 애교 수준이다. 아프가니스탄은 불법 재배한 양귀비를 운반하는 당나귀 사진을 소개하고 마셜제도는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고 썼다. 그 나라 시민들이 보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는 불문가지다. 해당 국가를 모욕하는 내용을 선택한 제작진의 인식도 의심스럽거니와 이를 걸러내지 못한 제작 시스템 또한 한심하다.
MBC는 부랴부랴 사과에 나섰다. 홈페이지 전면에 사과문을 내걸고 “참가국들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박성제 사장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면서 “철저히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일회성 사과와 징계에 그칠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방송의 자막과 그래픽은 중계되는 상황을 압축적으로 요약하면서 일목요연하게 정보를 전달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특정한 메시지를 강조해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TV와 온라인에서 예능 프로그램이 득세하면서 자극적인 자막과 화면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끌려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오로지 흥미를 위해 튈 대로 튀는 자막과 편집을 남발하는 건 약방에 감초가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 중계는 예능이 아니다. 방송의 본래 기능과 품위를 헤쳐서는 안 된다.
*인상 깊은 구절
: 중계는 예능이 아니다. 방송의 본래 기능과 품위를 헤쳐서는 안 된다.
☞ 중계에 품격을 지키지 못하고 왜 그런 행동을 범했는지 이해가 안간다. 너무 중요한 국제적인 올림픽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된다. 중계를 한 두 번 하는 것도 아닌데 대대적으로 우리나라 망신을 주는 꼴이니...담당자 및 책임자는 이번 사건을 단순하게 생각해선 안될 것이다.
*요약
MBC는 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을 넣어 빈축을 샀다. 그 이후 도쿄 올림픽 축구 한국전에서 루마니아 선수가 자책골을 넣은 것에 대해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띄워 루마니아 축구협회가 발끈했다. 해당 국가를 모욕하는 내용을 선택한 제작진의 인식도 의심스럽거니와 이를 걸러내지 못한 제작 시스템 또한 한심하다. 박성제 사장이 전면적으로 사과를 했지만 일회성 사과와 징계에 그칠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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