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필사119_느긋해지기

2020. 5. 22. 22:26칼럼필사

728x90

매일경제

[필동정담] 느긋해지기 / 윤경호 논설위원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oid=009&aid=0004535561&sid1=110&opinionType=todayColumns

 

이미지=매일경제

 

남해 완도에서 20km쯤 떨어진 청산도엔 느림의 섬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슬로시티라는 타이틀을 아시아 최초로 얻었다. 국내 16개 슬로시티 인증 지역 가운데 첫 주자다. 섬 곳곳에 느림이 묻어 있다. 주민의 마을 간 이동로엔 느림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름다운 주변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고 해서다.

 

항구엔 느림의 종이 매달려 있다. 느림의 상징, 달팽이가 청산도의 형상물이다. 그곳에서 패스트푸드는 어울리지 않는다. 주민의 삶과 행동이 죄다 느긋하다. 평화롭고 고즈넉한 어촌 마을엔 느림이 박혀 있다.

 

청산도의 최고 명물은 느림 우체통이다. 4~5월 슬로걷기 축제 기간에 찾아온 관광객에게 손편지를 쓰게 하고 취합했다가 1년 후 받아보도록 해준다. 스스로에게 또는 사랑하는 이에게 보낸 손편지가 1년 후 도착하는 것이다. 범바위 전망대에서 나눠주는 엽서에 사연을 써서 느림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지난해 축제 때 느림우체통에 모아진 편지는 360통이었다. 완도군은 이 편지들을 이달초 각각의 수취인에게 발송했다고 밝혔다. 느림 우체통은 2007년부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4000여 통의 손편지가 배달됐다고 한다.

 

코로나19사태 이후 사람들의 행태가 급변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가속될 디지털 시대변화와 맞물려 아날로그 문화는 더 멀어질지 모른다. 성과와 생산성이 강조되면서 속도나 효율이 우선순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느림이 필요하다. 생활 속에 느림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쫓기듯 서둘러 달려가야 악속 시간을 겨우 맞추는 게 도시인들의 모습이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어가는 이들은 대한민국과 서울밖에 없을 것이라는 영국에서 온 지인의 얘기엔 멋쩍으면서 부끄럽기도 했다.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일상생활에 느림을 얹어보자. 느림을 받아들이려면 느긋해지기부터 먼저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인상 깊은 구절

- 성과와 생산성이 강조되면서 속도나 효율이 우선순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느림이 필요하다.

항상 우리는 조급함에 시달려 살아간다. 해야할 일은 산더미인데 시간은 없으니, 매일 쫓기듯 생활하기 일쑤다. 주말에 쉬려고 하면 밀린 집안일이나 뭐다 다른 일들도 쉴 새 없이 바쁘다. 필자의 말대로 가끔은 느림이 필요하긴 한 것 같다. 그래야 잠시 숨도 고르고, 뒤를 돌아 볼 새가 생길테니까....

 

 

*요약

청산도엔 느림의 섬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청산도의 최고 명물은 느림우체통이다. 4~5월 슬로걷기 축제 기간에 찾아온 관광객에게 손편지를 쓰게 하고 취합했다가 1년 후 받아보도록 해준다. 느림우체통은 2007년부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4000여 통의 손편지가 배달됐다고 한다.

코로나19사태 이후 사람들의 행태가 급변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성과와 생산성이 강조되면서 속도나 효율이 우선순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느림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느림을 한번 얹어보도록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