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2. 00:01ㆍ칼럼필사
경향신문
[여적] 꿀벌 없는 세상 / 차준철 논설위원

2008년 환경 단체 ‘어스 워치(Earth Watch)’가 지구에서 절대로 사라지면 안 될 다섯 가지 생물을 뽑았는데, 꿀벌이 플랑크톤·박쥐·균류(곰팡이)·영장류에 앞선 1등이었다. 꿀벌이 없으면 인류의 식량도 사라지기에 가장 ‘대체 불가능’한 종으로 꼽힌 것이다. 현재 농작물의 3분의 1이 곤충의 꽃가루받이 활동으로 열매를 맺는데 그 역할을 하는 곤충의 80%가 꿀벌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에 의존한다. 사과·복숭아·호박·당근·아몬드 등이 영향을 많이 받는 작물로 꼽힌다. 꿀벌이 사라지면 꿀만 없어지는 게 아니다.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한창 일해야 하는 여름철 일벌의 수명은 40~50일이다. 1초에 200번 날개를 펄럭이며 5km 밖까지 날아가고 하루 1만개의 꽃송이를 찾는다. 그렇게 ‘평생’ 모으는 꿀이 찻숟가락 반쯤인 5g이다. 우리가 먹는 꿀 1kg은 꿀벌들이 무려 560만 송이의 꽃을 돌아다니며 단물을 모은 결과이다. 무던히도 부지런히 일해서 사람들에게 꿀을 준다.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 올 1~2월 전국에서 77억마리 이상의 벌굴이 폐사했다고 한다. 4159개 농가의 38만9045개 벌통에서 피해가 났다. 북쪽으로 확산 중이다.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이후 남미·유럽으로 점차 퍼진 벌떼 폐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국에서는 1년 새 벌집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00억마리가 실종되며 일순간에 벌집이 텅 비는 현상을 가리키는 ‘군집 붕괴’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원인은 뭘까. 농촌진흥청은 해충·살충제·이상기후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꿀벌에 기생하는 천적 해충인 응애가 급증해 일부 양봉 농가에서 살충제를 많이 뿌린 데다 겨울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꿀벌의 생존환경이 열악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추론일 뿐이다. 지구의 문명·산업·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어떤 개입이 꿀벌의 생존에 영향을 끼쳤는지 세심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의할 것은 꿀벌이 위험에 처할수록 사람 사는 세상도 위기가 닥쳐온다는 사실이다. 꿀벌이 멸종되면 한 해에 142만명이 굶어 죽는다는 연구도 있다. 그건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인상 깊은 구절
-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에 의존한다.
☞ 꿀벌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 또, 이 정도로 쉼 없이 일하는 줄도 몰랐다. 동물, 곤충, 자연환경 등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것들이 점점 파괴되면서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한 주의를 살피지 못하고 너무 간과하면서 생활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요약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 올 1~2월 전국에서 77억마리 이상의 벌꿀이 폐사했다고 한다. 이러한결과를 초래한 원인은 해충·살충제·이상기후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 역시 추론일뿐이며, 인간의 어떤 개입이 꿀벌의 생존에 영향을 끼쳤는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의할 것은 꿀벌이 위험에 처할수록 사람 사는 세상도 위기가 닥쳐온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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