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필사185_목숨 앗은 쿠팡 별점

2021. 6. 25. 00:02칼럼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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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평선] 목숨 앗은 쿠팡 별점 / 박일근 논설위원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oid=469&aid=0000612933&sid1=110&opinionType=todayColumns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어?”

 

이 말을 듣고 주먹을 날리지 않을 사람은 없다. 십중팔구 드잡이가 벌어진다. 그런데 만약 손님이 왕인 곳에서 고객이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들이 앱이나 인터넷에 몇 개의 별점을 주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식당 주인이나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져도 참아야만 한다. 배달 주문한 새우튀김 색이 이상하다며 항의하는 손님으로부터 이런 수모를 당한 김밥가게 50대 여주인도 그렇게 화장실로 가 남몰래 눈물을 삼켰다.

 

그러나 점주의 사과와 환불에도 고객은 주문 앱 리뷰에 혹평과 별점 테러를 남겼다. 이때 배달 플랫폼 기업에서 전화가 온다. 업주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데도 기업은 갑질 고객 편만 든다. 결국 여주인이 통화 중 뇌출혈로 쓰러진다. 그럼에도 기업은 전화를 이어 받은 식당 직원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전달해 달라고 한다. 여주인이 깨어나지 않는다는 지원의 말에도 추후 조심해 달라고 덧붙인다. 그렇게 여주인은 세상을 떴다. 곧 남편도 쓰러졌다.

 

막말과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진상손님이나 블랙컨슈머는 전에도 있었다. 이번에 새우튀김 사건이 공분을 일으킨 건 쿠팡이츠의 대응 때문이다.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도 이 기업은 민원이 생기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목숨보다 이익을 중시한 셈이다. 쿠팡에서 일하다 숨지는 노동자가 잇따르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실 쿠팡 같은 빅데이터 기업이 악성 고객을 골라내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쿠팡이츠는 점주들을 보호하긴커녕 리뷰에 답글을 달 최소한의 반론권도 보장하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비대면 주문이 늘면서 배달 음식 풍속도도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고객과 식당, 배달 노동자, 플랫폼 기업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까지 성숙됐는지는 의문이다. 적잖은 수수료를 챙기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더 크다. ‘배달 중개 플랫폼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리뷰와 평점 시스템의 보완, 플랫폼 기업의 의무 강화, 악의적 이용자에 대한 관리 등을 제안했다. 더 이상 별점이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상 깊은 구절

: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도 이 기업은 민원이 생기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목숨보다 이익을 중시한 셈이다.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거늘, 회사의 이익에 눈이 멀어 정작 봐야할 부분을 못 보고 있다. 획기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많이 이끌어 회사가 성장했더라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모르쇠로 계속 나아간다면 회사 이미지 추락은 한순간이다.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분명이 있을 텐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관련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더 이상 승승장구하기엔 어려울 듯 싶다.

 

*요약

배달 주문한 새우튀김 색이 이상하다며 항의하는 손님으로부터 수모를 당한 50대 여주인은 뇌출혈로 쓰러져 끝내 세상을 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배달 플랫폼 기업은 민원이 생기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쿠팡에서 일하다가 숨지는 노동자가 잇따르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비대면 주문이 늘면서 배달 음식 풍속도도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고객과 식당, 배달 노동자, 플랫폼 기업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까지 성숙됐는지는 의문이다.